절세가 아름답다 12화 : 재산분할청구권
작성일 18-06-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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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절세테크100문100답 조회 2,264회 댓글 0건본문
부동산 세무사와 변대리는 얼마 전 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내고 약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쉬는 꼴을 보지 못하고 사무실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중년의 여성이 들어온다.
“(변) 세무사님~ 또 상담오신 것 같습니다.”
“(부) 으음~어여 들어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중년의 여성은 뭔가 급했는지 자리에 앉지 않고 부동산 세무사 책상으로 와서 자신이 가져온 노란 서류봉투에서 이것저것 꺼내 놓으신다.
“(한) 1년 전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 세무서 앞에 세무사에게 상속세 신고를 의뢰했었는데 얼마 전 세무서에서 이런 문서가 왔더라구요.”
세무조사결과통지서다. 내용을 보니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통장에서 1년여 간 약 2억 원이 빠져나간 내역을 미소명하였으니 이를 추정상속재산으로 보아 상속세 약 6천만 원을 추징하겠다는 것이었다.
추정상속재산이란 피상속인이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하여 현금으로 상속인에게 사전증여할 가능성이 있는 점에 착안하여 피상속인의 사망 전 1-2년 내 재산처분내역과 예금인출내역에 따른 사용처를 상속인에게 입증하게 하는 제도이다. 만약 상속인이 사용처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인이 현금상속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상속세를 부과한다.
“(부) 추정상속재산이라고 해서 피상속인의 사망 전 1년 내 2억 원 이상, 2년 내 5억 원 이상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 등을 인출하면 현금상속된 것으로 추정해서 상속인에게 그 돈의 행방을 묻게 됩니다. 상속세 신고 때 소명했으면 괜찮았을텐데... 좀 복잡하게 되었네요.”
“(한) 상속세 신고 후 한참 뒤 세무서에서 뭔가 소명하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잘 모르니까 당초 상속세 신고의뢰했던 세무사에게 알아서 해 달라고 했는데 신경을 안 써 주신 것 같아요.. 최근 기고하신 칼럼을 보고 잘 아실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부) 음..이런 게 대개 피상속인의 계좌내역을 보고 하는 일인데요, 혹시 세무서에서 시아버님의 통장에 관해서 물으면서 이것저것 사용처를 묻지 않던가요?”
“(한) 맞아요.. 그래서 제가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렵고 해서 통장을 가지고 와 봤습니다.”
“(부)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 대략 예금인출의 사용처를 살펴보죠..”
부세무사가 대략 살펴보니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기 1년 동안 꽤 많은 횟수로 약 2억 원 이상의 돈이 인출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다시 6천만 원이 입금이 되었고 1주일 후 다시 6천만 원이 인출되었으며 그로부터 일주일 후 5천만 원이 인출한 내역이 눈에 확 띄었다.
“(부) 세무서는 통상 통장인출액을 기준으로 봐요. 인출한 금액이 대략 2억 원이 조금 넘는데 이 인출금은 주로 어떻게 쓰신 건가요?”
“(한) 인출한 돈 중에 상당액은 시아버님이 공과금이나 생활비로 사용하셨고 돌아가시기 전 6개월 동안은 많이 아프셔서 병원비도 꽤 되었던 것 같아요.. 만약 필요하시면 공과금과 병원비 영수증 같은 거 재발급받아서 드리겠습니다.”
“(부) 일단 공과금과 병원비는 영수증을 챙겨오세요.. 그런데 그런 금액들은 크지 않으니 세금을 그다지 많이 줄일 수는 없겠구요, 큰 돈으로 6천만 원 입금되고 일주일 후 그대로 출금된 것 같은데 할아버님이 중간에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여서 입금한 돈인가요?”
“(한) 그건 아닙니다. 그 돈은 제가 입금해서 출금한 돈입니다.”
“(부) 무엇 때문에 며느리가 6천만 원이란 큰 돈을 입금했다가 일주일만에 출금하셨어요?”
“(한) 실은 시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집안에서 제가 실질적인 시어머님 노릇을 하면서 살아왔었습니다. 그러니 시아버님의 통장도 제가 심부름을 하기도 많이 했는데, 하지만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고 1년에 2-3번은 시아버님이 꼭 통장잔고를 확인해 보셔서 6천만 원을 그것 때문에 입금한 거예요.”
“(부) 통장 잔액을 맞추시려고요?”
“(한) 그래요. 시아버님이 아프시기 시작하면서 시동생들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일부 개인적으로 드린 돈도 있고 이렇게 저렇게 6천만 원 이상 시아버님 통장에서 인출해 드렸죠. 그런데 갑자기 시아버님이 통장을 보자셔서 제 돈으로 6천만 원을 입금했었네요.”
“(부) 그럼 인출금 약 2억 원 중 여러 차례로 시동생들에게 6천만 원을 사전증여한 것은 맞군요. 그런데 아버지가 직접 한 게 아니라서 그 돈 채워 넣으시려고 6천만 원을 본인 돈으로 넣었다가 일주일 뒤 그대로 인출했다는 거군요.”
“(한) 네 정확히 맞아요.”
“(부) 그럼 그 6천만 원은 어디서 났나요? 주부로서 작은 돈이 아닌데”
“(한) 제 남편 소유의 땅이 수용이 돼서 보상금으로 받은 돈 중 일부였어요. 그리고 입금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땅을 사야만 한다고 해서 다시 인출해 드린 것이죠.”
“(부) 결국 인출금 중 6천만 원은 중복이네요. 그런 사실들을 다 문서로 가지고 계신가요?”
“(한) 찾아보면 있을 거예요. 보상받은 내역서와 땅을 산 문서도.. 그 돈 6천만 원이 오고 간 통장내역도 다..”
“(부) 되시는 대로 빨리 가지고 오세요. 아님 팩스로 넣어주셔도 좋구요.. 일단 6천만 원 정도는 빠지면 세금은 약 2천만 원 정도 줄겠네요.”
“(한) 그런가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을 보면 추정상속재산 중 예금의 경우에는 인출된 금액 합계액에서 인출 후 입금한 금액을 공제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통상 세무서에서는 인출된 금액과 인출 후 입금된 금액의 크기가 같은 경우에만 빼고는 인출 후 입금액으로 인정해 주질 않는다. 입금된 내역이 인출된 금액에서 입금된 것인지 알기가 곤란하니까. 세무서에서는 며느리가 입금한 돈 6천만 원을 시아버님이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입금했다고 보는 것이지 며느리가 당초 수차례에 걸쳐 인출한 돈을 모두 모아 다시 입금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시아버님 통장에 당초 6천만 원만 있었다고 전제하고 상속인들이 생전에 수차례에 걸쳐 이 6천만 원을 인출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통장잔액은 0일테고 추정상속재산으로 6천만 원을 소명하라고 했을 것이다. 실제 상속인들이 인출하여 사용한 것이니 현금상속은 맞다. 그런데 이 사례와 같이 중간에 피상속인 외의 자가 6천만 원을 입금했다가 일주일 후 출금해 버리면 인출금액 총합계가 1.2억 원이 되고 만약 인출 후 입금액을 6천만 원으로 본다면 추정상속재산은 6천만 원이 될 것이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세무서에서는 당초 수 차례의 인출액과 추후 입금액이 일치하지 아니하면 인출 후 입금액으로 보지 아니한다. 따라서 인출금액 총합계 1.2억 원이 그대로 추정상속재산이 될 것인데 납세자 입장에서는 시아버님의 통장에서 실제 인출한 돈은 6천만 원이니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그런데 이 떨떠름한 느낌은 뭐지?
“(한) 2억 원 중 방금 그 6천만 원 빼고 병원비랑 공과금조로 2천만 원 빼면 약 1.2억 원 정도 실제로 인출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부) 그런데 뭐죠?”
“(한) 실은 시아버님에게 애인이 있었어요.. 돈 빠져나간 것 중에 5천만 원은 그 애인한테 간 거예요. 그런 건 우리가 받은 상속재산도 아닌데 세금을 내야 하나요?”
“(부)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애인에게 5천만 원을 드리라고 하셔서 주셨다는 말씀이신가요?”
“(한) 네, 제게 꼭 부탁해서 그렇게 했어요. 아프시니까 걱정이 되셨는지 생활비를 목돈으로 주라고 하셨어요. 저희는 시아버님과 그 분이 혼인될 것이 불편했었어요. 재산을 떠나 감정적으로요.. 아무튼 그 때 드린 돈입니다.”
“(부) 그렇군요. 상속재산분할은 일단 유언으로 하시는 것인데 유언의 형태는 아니지만 시아버님이 생전에 5천만 원을 주시라고 했던 것이 그 애인의 몫인 듯 싶네요. 그리고 유언이 없으면 상속인 간에 협의로 재산을 분할하는 것이고 협의가 안되면 민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산을 나누고 그것이 법정상속재산이 되는데 이 때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면 어떠한 상속권도 없죠. 할아버지의 애인은 상속권이 없어 애초부터 할아버지가 책정해 준 5천만 원이 받아간 전부의 재산인데 이것도 소명해서 빼드려요? 상속재산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고, 그 애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후 상속인의 상속세에서 공제하는 식이예요.”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으나(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등 참조), 법률상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므246, 94므253 판결 참조) 단지 상속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서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만이 인정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2005두15595, 2006.03.24) |
“(한) 그렇군요. 그 돈이 생활비라도 증여세를 부과하나요?”
“(부)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사회통념상 생활비는 말 그대로 재산이 아닌 비용개념이예요. 뭐 이 사건에서 5천만 원이 애인에게 미리 준 생활비냐라는 쟁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냉정하게 볼 때는 생활비는 아니고 시아버님이 애인에게 준 돈일 뿐이지 않나 싶어 그 할머니가 증여세를 내야 할 것 같다는 얘기죠. 만일 비과세되는 생활비이면 증여세도 상속세도 없습니다.”
상속세 계산시 상속세과세가액이란 것을 계산하게 되는데 이는 피상속인의 사전, 사후를 통한 총 유산의 개념이다. 그래서 상속세과세가액은 상속 개시 당시 남긴 재산에서 부채를 빼고 사전에 증여한 재산을 가산하도록 한다.
이 때 상속세과세가액을 구성하는 사전증여재산 중 비과세 증여재산은 가산하지 아니한다. 즉, 증여 당시부터 세금이 없는 것이라면 상속시에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할아버님이 연인에게 주었던 돈이 사회통념상 생활비를 구성한다면 증여세도 부과하지 아니하고 상속세과세가액 계산시에도 반영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생활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면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할 것이고 상속세과세가액 계산시에도 반영될 것이다. 다만, 증여세도 내고 상속세도 내야하기 때문에 상속세 산출세액 계산시 당초 납부한 증여세를 공제하게 된다.
“(부) 어쨌건 이 모든 걸 다 소명한다면 할머니에게 증여세가 부과되고 상속인들이 부담할 상속세는 줄어들 것은 같습니다만..”
“(한) 그러면 괜찮아요. 그런 것을 일일이 다 소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잠시 이런저런 절차적 얘기를 나눈 뒤 한복 뒷자락이 샥 감기면서 사무실 문이 살포시 닫힌다. 그리고 부세무사는 잠시 그 할아버지가 되어 생각해 본다.
‘(부) 나이를 떠나 사랑을 찾아온다면 죽기 전에 무엇을 해 주고 싶었을까? 결혼을 해서 법률상 상속권을 주고 싶었을까? 그러지 않아도 얼마간의 재산은 유언으로 남겨줄 수 있을 것인데... 5천만 원이 작은 돈은 아니니 할머님 혼자 쓰시기에는 어느 정도 넉넉하기도 한 것 같고...아무튼 사랑을 떠나 남겨진 가족은 어떨까? 할아버님이 오랫동안 벌어오신 돈의 일부가 돌아가시기 전, 가족에게로 또 연인에게로 갔다. 여기에 상속세, 증여세를 이야기하고 있는 내가 너무 비정하게 보인다.’
“(부) 변대리~ 여기 냉커피 한 잔만 타 줘요.. 달콤한 시럽도 넣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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