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소설_장보원 저) 역외탈세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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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절세테크100문100답 댓글 0건 조회 2,672회 작성일 17-10-15 15:28본문
■ 역탈_제19화_은밀한 제안
모랄티움 주식회사의 탈세제보 조사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모랄티움 주식회사는 관세청 외환조사과에서 압수수색할 당시 디지털포렌식(컴퓨터 등 디지털 기록매체에 있는 전자정보 중에서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해 문서화하는 수사 과정) 에 의해 데이터베이스(DB)를 털린 사실 있기 때문에 모든 임직원의 컴퓨터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이메일도 회사메일이 아닌 공용메일을 사용권장하고 있었지만 이장우 부장이 제출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DB에 속수무책으로 홍학익 회장은 당하고 있었다.
“내일 오전에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에서 들어오라네요. 확인서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염치 없는데 같이 가 줄 수 있겠습니까?”
홍학익 회장은 장미란에게 전화를 걸어 동행을 청했다.
“같이 가드리는 건 문제가 없는데 제가 별로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장미란 세무사가 파악한 바로는 모랄티엄이 가방제작비를 부풀려 홍콩으로 송금한 뒤, 홍학익 회장 개인명의 홍콩계좌로 이체한 돈, 수출대금의 5% 정도가 실제 외국인 바이어 접대로 들어가기 보다는 그간 자녀유학비, 해외부동산 구입 등으로 지출되었음이 이미 서울청에서 증거확보가 끝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투서가 감사실에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조사가 내려왔는데 어떻게 막나? 이것이 반면교사가 되도록 탈탈 털 생각인 것 같은데...’
사실 관세청 외환조사과는 더 당황한 것 같았다. 홍학익 회장이 개인적으로 빼돌린 돈은 찾지 못하고 그저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빼돌린 별도의 돈, 수출대금의 5% 정도가 모랄티움 주식회사에 외국인 주식투자 형태로 들여온 것만 조사된 것이 문제가 될 형국이었으니 말이다.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에서 검찰에 조세포탈로 모랄티움 주식회사와 홍학익 회장을 고발하면, 이미 검찰 외사부에서 조사한 내용이 미흡했음이 곧 들어날 것이었기 때문였다.
그러다보니 벌금 조금 내는 것으로 마무리하려던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장미란 세무사님, 검찰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및 국외재산도피죄, 범죄수익은닉죄로 저를 기소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합니까?”
장미란은 홍학익 회장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검찰조사과정에서 홍학익 회장은 구속수사로 전환이 되었다. 해외도피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장우 부장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장미란 세무사님, 저 이장우 부장입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네 부장님은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장미란은 모랄티움 주식회사와 홍학익 회장을 한방에 보낸 이장우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고 ‘왠 전화’라고 생각했다.
“다름이 아니고요, 지금 시간 있으시면 사무실로 찾아뵙겠습니다.”
얼마되지 않아 이장우 부장이 진한 담배냄새를 풍기면서 장미란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셨어요?”
“네 이렇게 뵈니 또 달라보입니다.”
업무로 만날 때는 매번 양복입은 모습만 봤는데 지금은 며칠 입은 듯한 점버에 청바지 차림이었으니 말이다.
“뭐....음.... 세무사님도 다 아시잖아요. 제 얘기요. 말 돌려서 이야기 드리는 것도 그렇고 제가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릴께요.”
“네 그러세요.”
“홍학익 회장이 장미란 세무사님을 많이 믿잖아요. 아니 여태껏 역외탈세 경험으로 이런 저런 자문을 많이 받으신 것로 아는데요..”
“그런데요?”
“홍학익 회장이 회삿돈 빼돌려서 쓰고 이제 뭐 회사는 세금추징과 벌금하고, 과태료랑 해서 말이 아니예요. 게다가 이 바닥에 소문이 다 나서 수출오더도 떨어지고 우리 회사 인도네시아 공장도 당분간 문을 닫고 있어요.”
“그래서요?”
“홍학익 회장에게 모랄티움 주식회사의 본인 지분을 전부 포기하고 대표이사직 넘길 수 있는지 설득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 변호사비용하고 일부 재기자금은 따로 챙겨드릴 수도 있는데...”
“왜 제가 그런 일을 해야하죠?”
“그냥 이렇게 손만 놓고 있으면 파산이나 법정관리 들어갈 텐데, 이 회사를 다른 사람들이 와서 좌지우지하는 것보다는 한용만 전무를 중심으로 다시 재건해 볼까 싶어서요.”
‘한용만?’
“아, 한용만 전무요?”
“회사가 이렇게 망가진 건 홍학익 회장이 매출의 10%나 되는 돈은 홍콩으로 빼돌려서 자기 마음대로 쓰고, 회사의 미래를 돌보지 않은 까닭입니다. 한용만 전무는 매번 그러지 말라고 홍학익 회장과 맞서곤 했는데, 결국 관세청과 국세청이 바로 잡아준 겁니다”
“뭐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이장우 부장께서 큰 역할을 하셨던데요. 그것도 정의감에 의한 행동였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탈세제보 DB는 상당량 한용만 전무가 확보해 준 거였습니다.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는 순수하게 의기투합했는데 수출매출이 오르고, 인도네시아 공장이 조금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홍학익 회장이 변하더라구요.”
“그럼 홍학익 회장하고, 한용만 전무, 이장우 부장이 같이 사업을 시작한 거였나요?”
“맞아요. 저는 회계쪽으로 하고 한용만 전무를 개발쪽으로, 홍학익 회장은 영업쪽으로 시작해서 가방회사를 창업했어요. 그러다가 자꾸 이상한 명분을 들면서 홍콩으로 돈을 빼돌리고, 외국인투자를 받으며 상장하기도 좋다면서 빼돌린 돈가지고 회사주식을 샀죠. 세금 안내고 해외로 나간 돈, 그나마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니 좋긴 했는데 증자를 하면서 외국인 투자컨설팅 명목으로 또 수억 원을 빼 쓰더라구요. 게다가 자녀유학비 등으로 따로 빼돌린 돈은 나랑 자기만 아닌 비밀처럼 얘기하면서 푼돈 챙겨주고 잔심부름 시켰지만 한용만 전무는 이미 다 알고 있더라구요.”
‘이 사람들, 재밌는 스타일들이시네.’
“그러니까 홍학익 회장이 회사를 망가뜨리는데 일등공신이니, 이쯤해서 뒤로 빠지고 한용만 전무를 대표이사로 해서 회사회생을 도모하시겠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해야 홍학익 회장도 살고 우리도 삽니다.”
“회사회생은 어떻게 하실건데요?”
“막장까지 가면 법정관리신청하겠지만 지금 홍학익 회장만 빠지면 SI를 인바이트해보려구요”
“SI(Strategic Investors), 전략적 투자자를 모와보시겠다?”
“그럼 저는 홍학익 회장한테 그 얘기를 해주고 무슨 대가가 있는거죠?”
“우리 회사 법정감사로 모시고, 상근이사에 준해서 대우하겠습니다.”
장미란은 문득 수년 전 대휴마린이 파산에 이르렀던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를 만들지 못하면 대표이사의 구속 하나만으로도 회사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였고, 대표이사가 구속된 후에는 누구도 회사의 주인이 되어 뒷감당을 해 주지 않는다는 거.
“그나마 낫네요. 홍학익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투서를 했다고도 생각이 되긴 하지만 어쨌거나, 구속된 홍학익 회장에게 재판에서도 큰 비전이 보이지도 않고, 해외로 빼돌려서 소비한 재산도 많아서, 그 금액 그래도 추징되는 돈도 수십억 원에 달할 듯 해요. 어쨌거나 변호사비용하고, 재기자금을 보장한다는 확약을 해 주시면 홍학익 회장에게 가서 지분포기와 대표이사 사임을 얘기해 보죠.”
“네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제안도 한용만 전무가 시킨거죠?”
“실은 그렇습니다.”
“회사 사는 게 중요한 거지, 제가 이런 거 해 주고 임원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특히 한용만 전무와는 전 스타일이 안맞는 거 같아요.”
“그럼 저희가 별도로 사례라도 할까요?”
“돈받을 일이 생기면 시켜주세요. 이런 거 돈주고 시키지 말구요. 대신 홍회장의 연대보증과 세금추징건도 회사에서 책임져 주세요. 오케이?”
“네 그리 전하겠습니다.”
다음 날 오전 장미란은 수년 만에 다시 서울구치소로 면회를 갔다. 이강재 대표가 법정구속되고 수감되었던 그곳으로 홍학익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
□ 장미란 세무사의 세무상식 : SI (Strategic Investors)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s)란 기업인수 또는 합병에 참여하는 외부투자자 중 투자이득뿐만 아니라 투자회사의 영업 활성화나 기업 가치의 제고 등 경영에 참여하고자 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오히려 투자이득보다는 그 기업자체를 확보할 목적의 투자로 보면 무방하다. 예를 들어 2004년 10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 지분 48.9%를 채권단으로부터 주당 1만 원(총매각대금 5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인 전략적 투자의 예이다. 이후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의 보유 기술을 모두 흡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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