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소설_장보원 저) 역외탈세 17화 > 절세테크100문100답

■ 역탈_제17화_법정구속

2012년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장미란의 스마트폰으로 변호사로부터 메일이 왔다는 메시지가 뜬다. 부랴부랴 메일을 확인해 보니 공소장이다.

“사건번호 형제*****호 수신 울중앙지방법원.... 피고 이강재... 죄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구속여부 불구속”

결국 이강재는 법의 심판대 위에 서게 되었다. 회삿돈을 허위사실에 기대어 해외로 빼돌린 것에 대한 단죄이다. 세금은 납부했으나 조세포탈은 걸리지 않았고, 해외에서 소비한 돈이 없어 국외재산도피나 재산은닉으로 기소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려 해외투자형식으로 다시 회사로 들여온 것은 횡령의 죄를 피할 길이 없었다. 그나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니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대휴마린 주식회사를 살필 조그만 힘은 남겨 준다.

바로 이강재 대표에게서 전화가 온다.

“장감사님, 변호사로부터 공소장 메일이 왔습니다.”

“횡령의 죄목으로 재판을 받으시겠네요.”

“그나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회사가 너무 많이 망가졌네요. 저만 그런 건 아니고 해운사 업황 자체가 최악이다 보니 더 힘든데 더 버틸 수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래서.. 뭔가요?”

“법인회생에 대해서 알아봐 주실 수 있는지요?”

법인회생이란 기업이 사업을 계속할 가치는 있지만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경우에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원관리 하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채무자가 승인하는 회생계획안을 기초로 채무의 상당부분을 탕감해 주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을 살리는 절차를 말한다. 만일 이에 실패하게 되면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죠. 저도 이 부분 걱정이 되어 아는 변호사님과 법무사님을 통해 기업회생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다만 차마 저희를 믿고 투자해 준 채권자들에게 송구스럽네요.”

“저도 마음이 찢어집니다. 그렇지만 대휴마린이 파산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기업회생을 통해 일부 채무라도 변제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기업회생절차는 잘 몰라도 법정관리인이 되거나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기업이 살아서 빚은 갚을 수만 있다면 다 내려 놓겠습니다.”

“알겠어요. 더 세세히 검토해 보지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변호사가 이강재 기소건으로 몇 차례 법원에 서류 제출하는 것에 대하여 장미란에게 전화하는 건 외로 장미란과 이강재는 횡령죄 기소에 대하여 잊고 있었다. 사실 변호사가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으니 크게 염려말고 회사일에 전념하라고 한 덕분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연초부터 검토하고 있는 기업회생을 차마 입에 담기도 쉽지 않아 되는대로 채권자에게 최선을 다해 밀린 대금과 이자를 주는 일에 모든 힘을 쏟고 있었다. 그것도 벅차다.

1심 선고기일이 4월 7일로 잡혔다. 장미란과 이강재는 불안한 마음에 전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얼마간 변호사, 장미란, 이강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멋쩍은지 꽃샘추위로 코트 깃을 세우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에 들어가 앉는다.

모두가 좌정하고 이윽고 판사께서 선고를 하신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다. 피고는....”

재판관은 주문을 읽고 이유를 낭독했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집행유예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 없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결국 이강재는 법정구속이 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장미란은 영혼이 탈출한 듯, 멍하니 법정 밖 대기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변호사가 다가와 묻는다.

“괜찮으세요?”

피해자 회사에 추가적인 변제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취지라고 변호사가 말을 꺼내면서 변명반 아쉬움반 이야기를 한다.

“이제 어쩌나요?”

“2심 때는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게 해야될 테지만 일단 1심 선고 때와는 다르게 뭔가 구체적인 액션을 취해야 돼요”

“그게 뭔가요?”

“회사에 피해변제를 하는 노력을 보여야.....”

장미란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이운재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법정구속 소식을 전한다.

“감사님, 이제 우린 어쩌죠? 이제 끝인가요?”

“저도 지금 정신이 없습니다. 오늘 마음 수습하고 일단 내일 얘기하시지오.”

전화를 끊고 제일 먼저 채권자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싶다. 장미란 감사는 대휴마린으로 갔다. 주요 채권자 모임에 관한 공문을 작성하여 기업 담당자에게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 되지도 않아 여기 저기서 전화가 빗발처럼 오기 시작한다.

“이강재 사장, 법정구속되었다면서..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러나 수많은 전화에 뾰족이 답할 만한 사정도 위치도 되지 않는다. 다음 날 열린 채권자 모임에서도 현재까지의 상황을 전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이강재 대표에게 위임을 받아 기업회생에 들어가는 수밖에는 없겠지.’

장미란은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면회를 신청하고 몇 십분 기다렸을까? 처음 들어와 본 구치소 면회실 정문에 줄을 선다. 앞선 면회 조에 나오는데 어떤 이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나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팔뚝에 새긴 문신을 자랑하듯 보이며 나오기도 한다.

“4월 10일 오전 11시 5회차 면회조 입장합니다”

장미란은 떨리는 마음으로 구치소 면회실 문을 연다. 1평 정도되는 공간에 조그만 의자에 앉는다. 이내 녹색 수의를 입은 이강재가 투명 유리막 앞쪽으로 나타난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회사는 어떤가요?”

장미란은 투명 유리막 사이로 스피커폰에 대고 이강재에게 회사의 현재 자금사정, 3달치 수입과 지출예산, 그리고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상황이 안된다고 전한다.

“그럼 이제 어쩌죠. 이대로 회사도 죽고 채권자 피해를 줄일 수 없는가요?”

먹먹하게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말은 바로 투명 유리막 앞에 있는 사람이 마치 저 먼 나라에 있는 사람인 냥 낯설고 외롭게 만든다.

“기업회생절차개시신청 넣어볼께요. 다음에 변호사와 같이 올테니까 위임장에 사인해 주세요. 회생계획안에 대하여는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지만.”

“제가 도울 일 없나요?”

“회생에 대해 알아보니 회생절차개시신청하면 회사의 자산은 동결되어 채권자들이 어쩌지는 못하지만, 회생절차이행에 따른 예치금도 필요하고 법무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음, 저 1심 선고 때 회사에 피해변제를 게을리 했다고 선고이유를 들은 것 같아요. 다음에 오실 때 이 친구도 데리고 오세요. 제가 아는 보험설계사인데 제 개인보험 몇 개를 해약해서 회사에 손해배상금으로 받아가세요. 그리고 기업회생절차 이행해 주세요.”

면회시간이 종료되는 벨이 울린다. 돌아서는 이강재의 뒷모습이 쓸쓸했다. 장미란은 터벅터벅 구치소에서 나와 길게 난 구치소 밖 구부러진 길을 걷는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나 난듯 전화를 꺼내서 변호사에게 준비했던 기업회생절차개시신청을 의뢰한다.

□ 장미란 세무사의 세무상식 : 법인회생절차

법인회생이란 기업이 사업을 계속할 가치는 있지만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경우에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원관리 하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채무자가 승인하는 회생계획안을 기초로 채무의 상당부분을 탕감해 주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을 살리는 절차를 말한다. 만일 이에 실패하게 되면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우선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이유서와 더불어 법원에 접수하면, 조사위원에 대한 보수를 예납할 것으로 법원이 명령한다. 그리고 대표자 심문을 하고 회사재산보전을 위하여 포괄적 금지명령을 한 후 회생개시결정을 하게 된다. 이 때 법정관리인이 선임되고 조사위원이 되는 회계법인도 선정된다.

채권자 확정을 위한 채권자목록을 작성하고 채권액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며,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은 실사를 통해 회사의 계속기업의 가치와 청산가치를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