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소설_장보원 저) 역외탈세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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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절세테크100문100답 댓글 0건 조회 2,684회 작성일 17-09-12 13:51본문
■ 역탈_16화__지금 지옥을 가고 있다면 계속 가라
장미란이 헝크러진 머리를 휘날리면서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일들이 끝나 있는 상태였다. 2010년에 그랬듯, 장미란의 책상에 놓인 컴퓨터의 Lock을 해제해서 디지털 포렌식 장비로 데이터를 빨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또다시 무슨 일인가요?” 이강재 대표의 방에 도란도란 앉아 있는 외환조사과 직원들과 이강재 대표를 향해 던진 첫 마디였다.
“장감사님, 일단 앉으세요. 저희 일 모든 거 2010년 말에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일단 앉으세요.” 이강재의 풀죽은 목소리와 깊게 떨궈진 고개가 이미 모든 것이 끝났구나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는 서울세관 외환조사과 박남성이라고 합니다. 2010년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 받으신 건과 관련해서 압수수색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세관 직원이 압수수색을 하나요?”
“네 저희 외환조사과는 관세청 내에 있는 조직이지만 외환사건에 대한 특수경찰 지위에 있어, 외환사건을 조사할 때는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의 지휘를 받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가 되는건가요?”
“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만 영장청구내역은 외환거래법 위반,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횡령입니다.”
장미란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바닥으로 주저 앉는 느낌이었다. 다만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강재 앞에서 한마디의 항변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저희가 2010년말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를 다 받고, 세금도 다 냈습니다. 그 때 세무조사조력을 해 주었던 법무법인이 검찰고발 없는 것을 성공조건으로 하면서 제대로 정리해야 할 일들을 다 못하고 억울한 세금만 낸 측면도 있습니다. 그 내용도 다 아신다면 이제라도 소명하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선처해 주세요.”
“네 조사내역 다 알고 있습니다. 일단 세금을 많이 내신 것 같으니 크게 문제 안될 수도 있습니다. 너무 걱정마시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주세요.”
지옥의 문앞에 선 것 같은 하루가 지나고 이강재와 장미란이 마주 앉았다.
“장감사님, 면목 없습니다.” 이강재 대표는 장미란을 보면서 힘없는 한마디를 꺼낸다.
“그 때 2010년말 그 때 이대균 세무사 말이 전부일거라 생각하셨죠. 제가 조사경험이 부족해서였나요?”
“그런 건 아녔어요. 세금만 내면 다 끝내 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장감사님이 매일같이 조사국에 전화하고, 만나고 하시면서 조사과 직원들과 힘겹게 싸우시는 것도 저는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해결하고 싶었던 거였습니다.”
“잘못 한 게 있으면 시정하고, 세금 낼 거 내면 되고, 그 과정에서 관계 법령 위반 문제는 도 다투는 거라고, 조사공무원 한두 사람이 눈 감아 주면 법령 위반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그토록 얘기했을 때 왜 이대균을 따라 나간 건가요?”
아무 실익도 없는 원망이 이강재 대표이사실에서 퍼지고 있었다. 사실 이강재도 장미란도 이제는 2010년 말처럼 세금을 낼 돈도 없고, 급속도로 나빠지는 업황에 사업자체를 버틸 힘도 부족한데 그 힘겨운 경쟁에서 감당키 어려운 악재를 만나게 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날 저녁 법무법인 소속 이대균에게서 이강재에게로 전화가 왔다.
“마 잘 지내셨는가요?”
“아뇨. 잘 못 지내고 있습니다.”
“으음, 제가 오늘 들으니까 관세청에서 압수수색 당하셨다고요?”
“네 그렇네요.”
“저희가 관세청 사건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저희가”
“뚝..”
청년 사업가 이강재는 전화기를 덮으면서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또 한번 후회하고 있었다. ‘게임 속에 게임이 있었어. 세무조사나 압수수색이나 당하는 것은 나인데, 나를 조력해 주겠다는 자들도 또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였어.’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 몇몇 사람을 계속해서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항상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는 링컨의 명언처럼 그 때 그 역외탈세 사건이 이미 국가기관에 알려졌을 때 그 때 바로 잡았어야 했다. 장미란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기관 간 제보를 ‘이삭줍기’라고도 한단다.
그리고 한참을 세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 조사에 새로운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해운업계에서는 무슨 잘못을 그리 했길래 1차, 2차로 압수수색을 당하냐며 대휴마린을 비난했고 회사의 이미지는 끝장이 나고 있었다.
새로운 오더는 있을 수도 없었고, 부족한 현금을 메꾸기 위해 업종 관계자에게 찾아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하루하루가 죽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2011년말에 회사의 자금부족으로 외부투자를 받았는데, 외부투자자들이 투자사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며 이강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6개월 후 서울세관 외환조사과는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거액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과태료를 부과했다. 통고처분에 해당한다며 불복할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 고발이 별도로 이뤄질 거라는 이야기와 함께.
이강재는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모아 과태료를 납부했다. 그리고 검찰의 소환조사가 시작되었다.
“이강재 대표님, 인사나 하고 조사받으시죠? 저 박은경 검사라고 합니다.”
“네 검사님, 조사하신 대로 제가 다 시인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 하겠습니다. 선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시죠?”
“아 검사님, 제가 조서를 꾸며야 하는데 이게 좀 복잡한 거래가 많아서 대휴마린의 감사인 장미란씨를 참고인으로 오라했습니다.” 검찰수사관이 거들었다.
“아~ 장미란씨? 그런데 혹시 장미란씨도 이 사건과 연루되었어요?”
“안녕하세요. 장미란 세무사입니다. 저는 이건과 관련해서 2010년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 때 세무조사 조력을 했던 세무사입니다. 이 사건을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고, 2011년부터 회사의 감사로 재직 중입니다.”
“세무사? 그럼 숫자에 밝으시겠네요. 앞으로 이강재 대표가 소환될 때 꼭 참고인으로 오세요. 안 그러면 조금 힘들어집니다”
박은경 검사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장미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소환을 통해 두터운 조서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서울세관에서 조사된 방대한 양의 자료, 사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때 이미 다 시인한 내용이었고 기제출된 홍콩계좌사본의 입출금 내역과 관련하여 외환거래와 관련한 죄를 확정하는 과정이었다.
장미란은 매번 소환될 때마다 되뇌였다. ‘지금 지옥을 걷고 있다면 계속해서 걸어가라’
장미란은 세관 조사과정 당시, 뒤늦었지만 홍콩 페이퍼 컴퍼니인 뷰티풀팰리스유한공사가 소유한 대휴마린 주식회사의 지분을 무상으로 회사에 되돌려 놓았고, 검찰조사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이강재, 이운재가 100% 보유한 대휴마린의 주식지분을 실질적으로 늘린 것이 없다는 소명서를 변호사를 통해 추가제출했다.
통상 악질적인 역외탈세는 일정 회사지분을 가진 사주社主일가가 자신들 소유의 해외 페이퍼 컴퍼니에 회사자금을 가공경비로 보내 비자금을 형성하고, 그 비자금으로 자신들의 회사에 해외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속여, 실질적인 소유지분을 늘린 뒤 주식처분이나 배당을 통해 자신들의 부富를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한다.
“이강재 대표님, 그리고 장미란 세무사님, 내일이면 제가 법원에 기소(검사가 법원에 대하여 특정한 형사사건의 심판을 청구하는 소송행위)를 합니다.”
4개월여 조사기간 동안 조사된 두터운 조사를 앞에 놓고서 박은경 검사가 입을 떼었다.
“네...”
“제가 보니 법인세를 줄여보려고 해외로 돈을 보내신 것은 맞는데 이거 걸려서 세금도 많이 내셨고, 여러 가지로 볼 때 국외재산도피나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없어 보여요. 다만 회사가 많이 망가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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