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갤러리 어느 한의대생의 미친 필력(초장문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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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승정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2-09-24 03:43본문
한의학 갤러리 어느 한의대생의 미친 필력(초장문 주의)
나는 의대생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의대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한의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의학...그것을 배우는 한의대생이니까..
어느날 나는 외국인 친구 존에게 물어보았다
"연금술을 하던 시절의 영국 화학을 두고 현대에서 '영화학'이란 이름을 붙여 가르치면 어떨까??"
"천동설이 옳다고 믿던 시절의 로마 천문학을 두고 현대에서 '로마천문학'이란 이름을 붙여 가르친다면 어떨까?"
부끄럽다...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럴때 나는 속으로 수십번씩 외쳐댄다...한의대가 최고다 한의학이 최고다....
그러면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곧 캠퍼스를 걷는 의대생들을 본다... 언제나 그들의 발걸음은 어쩐지 '떳떳해'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옆구리에 두꺼운 전공서적을 끼고 최신의 현대의학을 들으러 갈때
나는 칙칙한 교수에게....수백년전으로부터 전래된 본초학 따위나 들으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우리의 열등감은 '양의학', '양의사', '양방'이란 단어들로 표현된다.
페라리 앞의 인력거처럼 도저히 상대조차 되지않는...완전히 다른 범주의 대상 앞에서
우리는 주눅과 열등감을 숨기려 '양방'따위의 구질구질한 접사를 붙여 마치 현대의학이 우리들의 '한방'과 라이벌 구도인양 교묘하게 어감을 맞춰넣는것이다
오후 7시 반....모든 수업이 끝나고 시내로 나가 동아리 동기들과 선배들과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신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본4선배가 한의학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한다....우린 모두 끄덕거리며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있다....한의학이 얼마나 열등한지를... 우리는 평생 의학과 의사에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야 할것을...
그들이 매일 빠르게 축적되는 데이터로 눈부신 현대의학의 상아탑을 쌓아올릴때.... 우린 때묻은 고서나 뒤적이며 땅속에 묻힌지 천년도 넘은 옛사람이 집약해놓은 약초와...침법과...
증례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못했고
그들이 무서운속도로 외과학과 응급의료를 발전시킬때 우린 아직 인체의 분자적 메커니즘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이렇게 ...모두들 예1때부터 이어온 무겁고 음울한 생각 한 가닥씩을 뒤로 숨기고....술에 젖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큰 목소리로 건배를한다.
본4 선배는 술이 오를대로 올라 계속 한의학의 위엄을 미.친듯이 떠들어댄다..
이때 술집의 낡은 문이 열리고...의대 예과생들 다섯이 웃으며 들어온다... 본4는 입을 다물고... 꼭 짜기라도 한듯이 이제 아무도 한의학에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자연스레 학우들의 밀애사와 추문 같은것으로 옮겨간다....
두시간 후....
다들 술이 오를대로 오른 우리 동아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술집을 나온다...
의대생들이 아직 이야기꽃을 피우고있는 그 술집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졌을 즈음
동기인지 선배인지....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한다...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크게 외쳐본다...
"우리가 qol하난 최고야!!!!!"
"한방실비보험!!!"
"양백 로딩 14년!!!!"
어쩐지 힘이없는 외침들... 비내리는 저녁의 공허를 담은듯 너무도 쉽게 골목 뒤로 바스라진다...
ㅡ아직 한의대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던 수년 전..... 의대를 예비 3번 차로 떨어지고 여기로 왔다고 했다.....
"요양만 가도 월400!!!!!"
ㅡ 젊고 푸르던 고등학생 시절...그의 꿈은 의료낙후국가로 가 인술을 펼치는 외과의사였다고 했다...
"요양만 가도 월400!!"
ㅡ맹자를 외우며 몰래 수학 문제를 풀던 예1시절... 동아리 선배들에게 끝없이 세뇌당해 반수를 접었다고 했다...
하늘과 같던 선배가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진다...
한의학에 회의와 의구심이 들 때마다 나를 꽉 잡아주던 선배가...
"요양만 가도 월 400!!"
6년의 긴 울음을 삼킨 외침이다...
선배는 완전히 실패했다...그는 진정 헌신적인 의사가 될수도 있었다....
"요양만 가도 월 400!!"
무엇이 선배를 무너뜨렸을까... 선배는 비겁한 사람일까? 아니 단지 한명의 피해자일 뿐일까?
어쨌든 그의 인생은 이제 처참하게 무너졌다...그의 졸업 후 봉급은 얼마일지 모르겠으나...적어도 의학에 뛰어들어 한몸 불사르려던 재기넘치는 청년 ooo는 이제 죽어버린것이다..
"요양만 가도 월 400!!"
뒤를 돌아보았더니
학교 언덕 위 눈부시게 희고 큰 대학병원 건물이 보인다... 그 아래를 한개의 작은 점처럼...비틀대며 걷는 본4 선배의 등이 오늘따라 쓸쓸하고 허전해보인다...
나는 의대생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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